비트코인 입문
나는 비트코인을 잘 몰랐다. 사실 지금도 잘 모른다.
(비트코인, 암호화폐, 블록체인 등 여러가지 개념들이 있지만, 이해를 돕기 위하여 비트코인으로 총칭하겠다.)
작년 말, 회사 동료와 친동생이 비트코인으로 재미를 보는 것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약 한 달 가량 지켜본 것 같은데, 두 사람은 5배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5배다! 5%, 50%도 아니고 5배! 주식으로 50% 수익만 남겨도 대박인데, 무슨 돈 같지도 않은, 기껏 비유해봐야 사이버머니같은 것이 5배의 수익을 동료와 친동생에게 안겨주고 있었다. 마음이 조급해졌고, 더 늦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작지 않은 돈을 은행에서 대출 받았다. 그리고 업비트라는 비트코인 거래소에 대출금 전액을 입금하였다.
비트코인 거래
예전에 주식을 해본 경험이 있었기에 비트코인 거래는 어렵지 않았다. 거래소 프로그램 내, 파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이 제시한 가격이 맞물리는 가격을 기준으로 적절히 판단해서 사면 되는 것이었다. 여튼 나는 리플과 에이다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어 내가 생각하기에 적절한 가격으로 두 비트코인을 매수했다.
비트코인의 급락과 손실
내가 거래를 한 시점은 2018년 1월 초순으로, 정부의 규제 발표 등 비트코인을 둘러싸고 많은 이슈와 논쟁이 끊이지 않은 때였다. 당시, 비트코인의 가격은 연말연시에 고점을 찍고 하락하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난 하락세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 비트코인 거래를 시작하게 되었다. 주식은 재무제표, 업종현황 등으로 가격 적절성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들이 다소 있지만, 비트코인은 그러한 근거들이 매우 부족하거나 가짜뉴스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가격 적절성을 도무지 판단할 수 없었다. 결국 5배 수익은 커녕 2주만에 50% 손실을 보고 소액의 자금만 남겨둔채, 상당한 금전을 다른 계좌로 이체시켰다.
비트코인을 통해 잃은 것
비트코인 거래에서 예전에 경험하지 못 한 큰 금전적 손실을 보고 상당기간 심적 고통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나름 투자에 대해 자신이 있었고, 주식이나 재테크 관련 정보를 가까운 지인들에게 많이 공급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나의 손실을 입밖에 꺼내기 쉽지 않았다. 당시에는 정신을 차리지 못해 잘 몰랐지만, 이제서야 떠올려보면 퀴블러 로스의 슬픔의 5단계(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를 격하게 반복하고 있었던 것 같다.
비트코인을 통해 얻은 것
금전적 손실과 감정소모는 상당했지만, 비트코인 거래를 통하여 몇가지 깨달은 것이 있는데, 그 중 세가지만 정리해본다. 첫째, 쉽게 돈 버려고 생각하지 말자. 다른 사람들이 돈을 벌었다고, 나도 똑같이 돈을 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돈 번 사람들은 나름의 고민과 근거, 정보력으로 벌게 된 것이다. 똑같이 카피해서 나도 벌 수 있다는 것은 위험한 발생이다. 둘째, 잘 모르면 크게 베팅하지 말자. 투자에는 정보가 필요하다. 충분한 정보없이 현상만 보고 투자하는 것은 상당한 리스크가 있다. 셋째, 재테크는 안정적으로 하자. 나는 혼자 사는 총각이 아니다. 아내가 있고 아이가 있다. 외벌이 가정의 경제가 나에게 달려 있는 만큼, 목돈을 함부로 투자하지 말자.